봄을 기다리는 마음

난 4월의 초봄에 연한 연둣빛 새싹이 살그머니 드는 산 색을 좋아한다.
아스라이 연둣빛과 아직은 갈색인 풀들이 함께 어울려 만든 빛깔이다.
초봄의 산에는 먹을 것이 그렇게 많다.

사실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풀들이 다 먹거리들이다.
눈에 띄는 대로 몇 개씩 꺾어서 맛을 보며 다닌다.
봄의 향기와 색이 그리고 맛이 즐겁다.

5월은 산 다니기 가장 좋은 계절이다.
어느 곳은 여전히 눈이 덮인 산인 곳도 있지만,
우리나라 대부분의 산하는 푸르다.
그것도 아주 한 껏 푸르다.
곧 있으면 쨍하게 푸르니 그보다는 한 껏 푸른 5월의 산하가 나는 좋다.

아직은 밤에 살짝 춥기도 해서
홀로 산속에 앉아서 있다 보면 서늘함이 느껴지지만
사실 이것도 곧 훈훈해진다.
산이 주는 묘한 선물이다.

낮에도 산은 다니기 참 좋다.
풀냄새, 숲 냄새, 새소리, 살짝 드는 햇살, 그 햇살을 살포시 가리는 나뭇잎들
그리고 다시 그 사이로 드는 빛이
밟는 걸음마다 사부작사부작 소리를 내는 땅과 함께
한 껏 마음이 풍요롭다.
그렇게 따뜻한 여행을 잠시 하고 내려와서 먹는 비빔국수나 열무국수는
가히 따를 맛이 없는 봄의 별미다.

곧 나뭇잎이 싹을 틔울 시기가 온다.
먼저 꽃을 피우고 잎은 나중에 피는 것이 대부분의 나무들이다.
그중에 봉곡사에 가면 피는 그 향기로운 꽃을 보러 갈 생각이다.
아주 작고 예쁜 이 꽃은 딱 3월에만 잠시 피고 지는 예쁜 꽃이다.
그 향기가 온 숲을 가득 메우면 여기는 참 맑고 향긋한 꽃내음 가득한
소나무 숲이 된다.

다만, 이젠 그렇게 까지는 향기가 나지 않는다.
안타깝게도 수년 전에 그 아름다운 관목형 꽃을 임도 만들면서
겨울에 숲을 관리하는 이들이 모두 잡목으로 알고 베어 벼렸다.
이젠 산딸기만 가득하다.
그래도 다행히, 산 중턱 위로 가면 아직도 그 꽃들이 드문드문 피어서
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그 향기를 숲에 드리운다.

올 3월엔 그 향기로운 숲에 가서 수 백 년 넘은 소나무 사잇길을 걸으련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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